오늘의 편지에 거짓은 없어

[노동일보] 군데군데 불에 탄 듯한 흔적, 정갈하게 써 내려갔으나 떨리는 고백의 심정을 담은 글씨, 이 안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일까? 멀리 떨어진 연인이 주고받는 편지에서 그리움과 사랑, 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연극 <왕복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의 티저 포스터가 공개된 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를 찾아 보았다.

편지라서 할 수 있던 말, 연극 <왕복서간>

1) 검증된 원작이 주는 신뢰감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대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 ‘왕복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내는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호흡이기에 독자들은 연인의 십오 년을 따라가며 긴 세월 동안 묻어 두었던 비밀을 함께 파헤치게 된다.

편지라서 할 수 있던 말, 연극 <왕복서간>' ⓒ山口宏之 '

2) 믿고 보는 연출과 각색

연극 <왕복서간>에는 연극 ‘손’,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산책하는 침략자’, ‘대한민국 난투극’등으로 대학로에서 믿고 보는 연출로 통하는 이기쁨 연출과,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줄리엣과 줄리엣’, '미래의 여름'을 통해 작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송희 배우가 각색으로 참여한다.

오로지 편지글로만 이루어지는 소설을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낼 것일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와중, 원작의 특징인 서간문 고유의 독특한 호흡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빚어내며 인물들의 시공간적 거리감을 색다르게 표현하는, 기존과는 다른 심리 서스펜스 연극의 소식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3) 무대 위에서 살아날 배우들

연극 <왕복서간>은 아직 캐스팅 단계에 있다. 제작사 벨라뮤즈㈜는 1월 21일 공개 오디션 종료 후 캐스팅 공개와 함께 오는 4월 2일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매력 있고 재능 있는 배우들이 어떻게 준이치를, 마리코를, 또 그들의 주변 인물들을과 그로 인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득할지에 대하여 관객들의 기대감은 높아진다.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배우가 역할을 맡아 표현할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다.

이렇게 하여 좋은 소설과, 각색이 기대되는 연극과, 매력있는 배우들과,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의 사박자가 맞아 떨어진다. 연재 기사의 큰 제목처럼, "소설의 무대화"가 기다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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